사냥의 본능

쭈꾸미, 갑오징어 낚시 후기/ 조과/ 기록 : 230908

연못에빠진참돔 2023. 9. 1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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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이 가까워지면 노심초사 하는 것이 있습니다. 얼마나 잡을까가 아니라 언제 나갈 수 있을까 입니다. 쭈꾸미 낚시 조과가 좋으면 너무 즐겁겠지만 이상하게도 3년? 2년 전부터 개체수가 줄어 들은 느낌이 납니다.

예전엔 바닥 찍고 5초만 세면 올라타 있었습니다. 쌍걸이도 자주 나왔고요. 개체수가 줄은 건지, 강태공이 많아진건지 알 수 없는 낚시의 세계 입니다. 
 

구름한점 없는 쭈꾸미 낚시 포인트


8월 마지막주 여느때와 같이 선장님께 전화를 드립니다. 올해도 달리셔야죠? 하면서 아 귀찮다고 배 갖고 가라고 하시지만 저는 수영도 못하고 면허도 없습니다. ^^

유선배는 개인적인 성향상 별로 안좋아하기 때문에 개인 보트를 가진 선장님을 꼬실 수 밖에요. 서로 MBTI는 다르지만 공통된 점이 사람들 한테 치이는 걸 싫어합니다. 피해안주고 배려해줄테니 나도 인정해 달라인데 참 ...본인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쭈꾸미낚시 포인트


그래서 저희는 배 많이 모인곳도 잘 안갈때도 있습니다. 선장질?!을 오래하셔서 기종 변경을 하시기 전까진 멀리 나가기도 귀찮아하시고, 좀 덜 잡더라도 우리끼리 힐링할 수 있는 곳을 찾습니다. 몇마리 조과에 차이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갈 생각 있으면 5시 까지 오라는 말씀에 3시 40분에 일어나서 전날 체크해놓은 준비물을 담습니다. 그리고 출발 천천히 가면 3~40분이면 선장님 댁에 도착하고, 짐을 옮겨 담아 서해안으로 떠납니다.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저희는 오천항 근처로 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옆에 배가 한대도 없을때도 많습니다. 
이 귀찮은 짓을 또 시작한다며 투덜거리며 그간의 근황을 서로 묻고 답하며 업데이트 합니다. 둘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대화는 하루종일 끊임이 없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사실 제가 말수가 적은 편이라 심심하실까봐 이야기 꺼리를 준비할 때도 있습니다. 
 

쭈꾸미낚시 출동준비


딩기 앞바퀴 구입, 에어펌프 구입, 아이스박스 변경 등으로 낚시 취미의 편리함을 추구합니다. 짐이 꽤 많습니다. 한 두명 타면 괜찮지만 두명이 타면 앞에 나란히 가야해서 낚시할때 불편함이 많습니다. 물은 조류따라 흐르고 바람은 불고 나란히 내려서 평온하게 하는 낚시가 아닙니다. 3명에서 2명으로 변경할때 저는 그만큼 제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딩기 앞바퀴와 에어펌프는 한사람 몫을 충분히 합니다. 저희의 체력도 보존해 주는 것은 물론입니다. 
각자 채비통, 아이스박스, 기름통, 어탐, 쭈망 등을 싣고 슬로프까지 걸어갑니다. 2년전에는 앞바퀴도 없어서 들도 300m 가까이 이동했는데 참...체력이 어디서 생겨서 그랬는지 가늠이 안됩니다. 지금은 못할 거 같습니다. 둘은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취미에 대한 열정은 살살 사그라지는데 편하고 쉬운 낚시를 하고 싶은것이 사실입니다. 
 


몇년전에는 대광어, 참돔, 어초 낚시 등을 했지만 요즘엔 배스 다니고 가을에 쭈꾸미 잡고 하기 때문에 9월이지만 엔진을 처음 돌리게 됩니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작년에 3시간을 표류했습니다. 다른 배에 부딪힐것 같으면 노를 젖고 WD40이 소진되어 육지까지 30분을 노를 저어 이름 모를 동네를 탐색하면서 간신히 빌려 시동을 걸기도 했습니다. 조과는 말할 것도 없고 이러다 바다 낚시를 접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표류가 끝나고 시동이 걸리며 15마력 엔진으로 30분 가까이 이동하여 슬로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상심리에 매주 나왔습니다. 올해는 WD를 3통이나 준비하여 묵은 때를 녹이며 시동을 겁니다. 버튼 누르고 레버를 돌리는것이 아니라 예초기 처럼 시동 줄을 댕겨야 합니다. 흔들리는 파도와 뒤뚱거리는 배에서 시동줄을 몇십번에서 백번 넘게 댕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9월 첫 출조는 우리에게 늘 긴장하라고 합니다. 
 

이맛에 쭈꾸미낚시


다행히 20분 정도만에 시동이 걸렸고 1년 가까이 잠들어 있던 엔진은 제 역할을 시작합니다. 죽도 근방으로 이동해서 바람을 피하고 채비를 연결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바람에 배는 흐릅니다. 풍닻을 챙길걸... 했지만. 이내 우리둘은 동시에 귀찮아요 ^^ 를 외치며 조류에 배를 맡깁니다. 
역시나 9월 초라서 그런지, 우리 실력이 녹 슬어서 그런지 갑오징어는 얼굴도 뵙지 못했고, 쭈꾸미는 작고 몇십마리 안나옵니다. 그래도 점심에는 즉석밥안에 쭈꾸미 2~3마리 넣으면 5분만에 다 익으니 경치와 쭈꾸미 맛에 취해 이맛에 낚시 하지를 외칩니다. 
 

22년 잡은 갑오징어 다리 오븐구이


물때가 좋아 연차까지 제출하여 출조했지만 시동이 잘 걸려서 올해 낚시는 우리 실력과 체력 말고는 걱정할게 없다는 좋은 징조를 갖고 철수를 시작합니다. 선장님이 출퇴근하는 차에 싣고 다니시기 때문에 최대한 바닷물을 빼내고, 먹물을 닦아 실어놓습니다. 하루종일 고생한 배에 대한 보답 일까요 (기계와 장비는 아껴준 만큼 보답을 줍니다.)  
특히 이번에는 작은 생수와 캔커피를 얼려서 가져갔습니다. 보통 힘들면 철수할때 아이스크림 먹자고 제가 조르는데 캔커피를 얼리는것이 꽤 도움이 됐습니다. 



2주 후를 기약하며 조과는 별로지만 즐거웠던 23년 첫 낚시를 추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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