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상 : 고인물도 빌런도 되지 못하는 인생
업력이 20년이 넘었지만 체계도 없고, 기준도 없는 회사에서 벌써 6개월이 되었습니다. 체계나 기준...규칙 이런게 뭐가 필요할까요? 그런거에 얽매여 내자신을 힘들게 하는 일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며 시작한 이직생활입니다.
아직도 저급한 가스라이팅이 통하는 회사가 있단말인가 싶을 정도로 대표는 직원들을 훈계하고, 우리회사는 순이익이 적을수 밖에 없다며 걱정하는 직원들, 그래서 기술력만이 살길이라며 혼자 야근하고 주말에 나오는 팀장들... 뭐하나 정상인것이 없습니다. 또한, 그 긴 업력에 명확한 제품 패키지도 없습니다. 그때그때 다르고 물어물어 업무하라는 회사...근데 매출이 생깁니다. 이상합니다.
이 회사 안에서 저는 프로젝트 관리나 기획을 하지않고 사업관리, 영업지원, 마케팅지원을 주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릅니다. 그냥 뽑고 아무거나 시키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대리때나 하던 업무를 지금은 혼자 3~4개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일이 많지는 않은데 일을 생각하자면 짜증이 납니다. 이력도 없고, 담당자도 없고, 지시사항도 없습니다. 그냥 해! 이게 전부라서 부담이 컸지만, 성과 확인이나 검증이 없다는것을 알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러다 일이 터졌습니다. 신청서에 첨부하는 회사 서류중에 결산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관리팀에서 공유해 준 PDF가 제 눈을 의심케 했습니다. 2/3 가량의 직원 급여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서류는 제출하면 안될거 같다고 못본척 할테니 다른 서류를 달라고 했더니..."ㅋㅋㅋ" 가 회신으로 왔습니다.
이 서류를 보고 저는 ... 이런 정보를 얻었습니다.
1) 50넘은 사람들이 많은데 다들 생각보다 괜찮게들 받고 있다.
2) 특정인 1인이 엄청 많이 받고 있다. 근데 이 인간 그동안 한말은 다 뻥이구나.
3) 과장급 이하들은 좀 적게 받는거 같다.
4) 이 정도가 경영진이 가져가는 돈의 합 이구나.
이곳은 너무 고령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직급체계를 작년에 없앴습니다. 공식적인 연봉테이블을 없애고 연봉협상을 하지 않기 위해서 라고 다들 이해하고 있습니다. 내가 10년후에 지금 저 나이대의 사람들 만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렇게 밖에 일을 못하는 저능력자들도 이렇게 받는데 나는 희망이 없다를 느낀 것입니다. 하물며 과장급들의 재직기간도 10년 이 넘어가는데... 무슨 희망이 있을까요? 10년 후에는 이 X소는 살아남아 있을까요? 매출을 유지할까요?
서서히 가라앉는 중인 것입니다. 가라 앉아도 회사의 절반이나 되는 고령자들은 은퇴할 때가 되었기 때문에 지금이 중요한 것 입니다. 그 관점에서 그들을 다시 보면 미래를 위해 준비하거나 변화할 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래서 협업툴을 도입하자고 해도, 어떤 이슈에 리더쉽, 성과관리의 필요성을 빗대어 말해도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 입니다.
저는 과거, 다른 회사에서 빌런들에게 그런 것 들을 느꼈습니다. 회사를 망쳐먹는 인간들. 일하는 척만 하는 인간들...저러다... 문제가 엄청 커지고 회사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 같은데.... 라고 했었는데, 결국 우려했던 미래에서 세계를 정복할 끝판왕들이 여기 있었던 것 입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빌런처럼 살기 싫어!, 난 저렇게 저 자리에 있지 않을거야! 했는데 여기서는 시간이 흘러 저 자리에 가도 지금의 저 정도도 못 누리고 살거라는 자명한 사실을 목도했습니다.
너무 예민할 것 일까요? 일을 일로 보고 사람을 싫어하지 않고 그냥 생활하면 되는데 자꾸 정상, 기준, 과정, 결과, 목표, 성과 이런 단어에 매몰되어서 남들도 그렇게 일해야 한다가 박힌거 같습니다. 스스로 특정 부분에서 꼰대화가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집착하는 단어들은...제 어떤 상처와도 연관이 되어있다 생각합니다. 체불, 파산, 폐업.... 제 경력에서 이런 것들을 겪을때가 제일 힘들때이긴 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따지자면 이전회사에 비해 지금 업무량은 10%도 안됩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연봉을 조금 더 받는데 일은 적게 한다. 몸보다 마음이 안아푸고 싶어서 선택한 이직입니다. 그리고 짤리던, 그만두던 다니는 회사에 쓸데없는 애사심과 충성심은 필요없다 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8시간 버티고 칼 퇴근하렵니다.
감사합니다.